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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베트남에 평화의 꽃 보내기

2023.06.05 285

​전북겨레하나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학살이 발생했던 마을에 사죄와 연대의 마음을 담아 조화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 4~5월에는 빈딘성 뇨럼마을과 꽝남성 끼엔 할아버지 집에서 열린 위령제에 조화를 보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에 동참했습니다. 위령제에 함께한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활동가가 쓴 글을 공유합니다. 

 

[빈딘성 뇨럼학살 57주기 위령제(2023. 4. 21.)]


뇨럼학살 피해자 쩐반쩌우 아저씨는 여전하셨습니다. 안부를 물으니 그럭저럭 건강하다고 하면서도, 수류탄 파편 통증이 시작되면 2~3일은 개미가 살을 뜯는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 며칠 전에도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때면 한국에서 보내준 파스를 요긴하게 쓰는데 이웃들에게 한국 사람들이 보낸 선물이라며 자랑도 하고 나눠주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뇨럼학살 위령비를 관리하는 쩌우 아저씨는 한국에서 보낸 조화를 특히 아끼십니다. “조화를 받으면 우선 꽃을 보낸 이들의 베트남어 이름을 읽어요. 그리고 한국어 이름도 한번 봅니다. 허허. 내가 한국어를 읽을 줄 알면 여기 사람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줄 텐데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쉽네.”

 

뇨럼학살 위령비는 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에 서 있습니다. 그곳은 쩌우 아저씨의 집이기도 했어요. 아저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그날 한국군의 총구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총격과 함께 그들이 쓰러졌던 광경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아저씨는 “오늘이 위령제라서 생각나는 게 아니라 여기에 올 때마다 항상 떠올라”라고 말씀하시더니 잠시 후 “한국에서 보낸 조화를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고 조금은 슬픔이 반감되기도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위령제가 끝난 후 하나둘씩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저씨는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 사람들이 과거의 일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라며 한국 사람들이 마을에 꽃을 보내고, 장학금을 전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일 등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꽝남성 끼엔 할아버지 ​집 마당 55주기 위령제(2023. 5. 29.)]
5월 29일에는 꽝남성의 꽝허우촌에 다녀왔습니다. 호이안과 퐁니·퐁녓 마을 사이에 위치한 이곳에서 끼엔 할아버지 집 마당 학살 55주기 위령제가 열렸어요. 그런데 1년 사이에 사뭇 달라진 위령비 모습에 저는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55주기를 맞아서 최근 위령비 개보수 공사를 한 것이었죠. 위령비를 2019년에 건립했는데 4년 만에 다시 손을 본 것이었어요. 인민위원회 직원 훙 씨에게 사연을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곳에 위령비가 없다가 2019년에 건립이 되어 유가족들이 참 기뻐했어요. 그런데 불과 몇 년 뒤부터 뜨거운 햇살과 태풍 등을 견디지 못하고 위령비의 글씨가 흐려지거나 지워졌고, 위령비의 희생자 명단 등도 손을 봐야 했어요. 이곳에는 당시 학살 피해에 대한 위령비, 희생자 사당, 그리고 유가족 트엉 씨의 가족묘비가 있는데 유가족들이 이곳을 더 정갈하고 예쁘게 단장하면 좋겠다며 개보수에 대한 바람을 계속 인민위원회에 내비쳤어요. 그런데 우리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결국은 호치민시에 사는 유가족 트엉 씨가 돈을 지원해 개보수를 할 수 있었죠.”

 

염원이었던 위령비 개보수 공사가 끝나자 유가족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제례를 5월 중순에 인민위원회와 함께 지냈습니다. 과연 다시금 새롭게 단장한 위령비라서 그런지 타는 듯한 햇살 아래에서도 그 모습이 당당하고 품격있어 보였습니다. 햇살 아래 붉게 반짝이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희생자들을 기억하려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느껴져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요. 아쉽게도 한국의 베트남 평화기행단이 꽝허우촌을 찾은 적은 없습니다. 훙 씨가 한국 사람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며 해준 이야기를 끝으로 이번 월간봉화는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갈수록 역사에 관심이 적고 끼엔 할아버지 집 마당 학살은 55년 전의 일이라며 머나먼 시기의 일로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한 학살 사건은 우리와 너무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조금만 살펴보면 그러한 유가족들이 우리 곁에 늘 있어요.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와 유가족으로 살고 있죠. 나는 위령비 건립을 통해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준다면 우리가 위령비를 세운 의미가 더 확정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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